하루만보

5개 종목 세계 1위, 새벽 배드민턴 중계로 외운 이름들

하루만보를 2026. 9. 20. 16:43

2026년 9월 여자 단식 세계랭킹 상위 6명 점수 (BWF)

새벽에 배드민턴 중계를 튼다. 규칙은 여전히 반쯤 모른다. 서브가 왜 폴트인지, 셔틀콕이 라인에 걸쳤는지 아닌지는 심판이 손을 들 때까지 나도 모른다. 그런데 희한하게 세계 1위 이름은 하나둘 저절로 외워졌다. 그래서 2026년 9월 기준 BWF 배드민턴 세계랭킹 5개 종목 1위를 순서대로 정리했다. 기준은 딱 하나, 지금 각 종목 랭킹 맨 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나 팀이다.

배드민턴 세계랭킹은 대략 최근 1년치 대회 성적을 점수로 환산해 매주 다시 매긴다. 그러니까 오늘 1위가 다음 달에도 1위라는 보장은 없다. 이 글은 그 순간의 스냅샷일 뿐이고, 나처럼 규칙은 몰라도 이름은 알고 싶은 사람용 커닝페이퍼라고 보면 된다.

 

 

1. 여자 단식 1위 안세영, 2위와 1만 7천 점 차이

여자 단식 1위는 안세영이다. 점수가 121,287점. 2위 왕즈이(중국)가 103,989점이니까 격차가 1만 7천 점을 넘는다. 배드민턴 점수는 원래 이렇게 큰 단위로 나오는데, 처음 보면 무슨 게임 골드 모은 것 같아서 감이 안 온다. 그냥 "혼자 저만치 앞서 있다" 정도로 읽으면 된다.

이 격차를 대충 비유하면, 다른 선수들이 계단을 오를 때 안세영 혼자 에스컬레이터를 탄 그림이다. 라고 쓰고 보니 좀 오글거린다. 어쨌든 뒤를 보면 3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102,576점, 4위 천위페이(중국) 86,651점, 5위 랏차녹 인타논(태국) 74,606점, 6위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인도네시아) 72,023점 순이다. 익숙한 이름이 위에서 아래로 촘촘하게 박혀 있다.

새벽 중계에서 한국 선수가 나오면 그래도 좀 볼 맛이 난다. 규칙을 몰라도 우리 편은 아니까. 안세영 경기는 이 여섯 명 중 누가 올라와도 붙을 수 있는 대진이라, 상위 랭킹 이름만 외워둬도 중계 해설이 반쯤은 들린다.

 

 

2. 남자 단식 1위, 인도네시아의 조나탄 크리스티

남자 단식 1위는 조나탄 크리스티(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배드민턴을 거의 종교처럼 미는 나라라, 이 자리에 인도네시아 이름이 올라온 게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 남자 단식은 스매시 속도가 무슨 총알 수준이라 새벽에 졸다가도 셔틀콕 꽂히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솔직히 남자 단식은 랠리가 짧게 끝날 때가 많아서, 규칙 모르는 입장에선 "어 벌써 끝났어?" 싶은 순간이 자주 온다. 그래서 나는 점수판만 본다. 21점 3세트, 두 세트 먼저 따면 이긴다. 이 한 줄만 알아도 남자 단식은 대충 따라간다. 라고 자신 있게 썼다가, 듀스 규칙에서 또 헷갈린다는 걸 방금 기억해냈다.

 

 

3. 남자 복식 1위 김원호·서승재, 다시 한국 이름

남자 복식 1위는 김원호·서승재 조(한국)다. 여자 단식에 이어 남자 복식까지 한국 이름이 맨 위에 있으니, 새벽 중계 애국심 지수가 올라간다. 복식은 코트를 둘이 나눠 쓰는데, 처음 보면 두 사람이 어디까지 자기 구역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셔틀콕만 쫓게 된다.

복식 규칙 중에 서브 코트가 점수 홀짝에 따라 바뀌는 게 있다. 이걸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이게 무슨 지하철 홀짝 운행이냐"고 혼자 딴지를 걸었는데, 막상 선수들은 눈 감고도 자리를 찾는다. 복식은 속도전이라 랠리 한 번에 리시브가 대여섯 번씩 오가고, 그 리듬만 즐겨도 규칙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

2026년 9월 BWF 5개 종목 세계 1위 스냅샷

4. 여자 복식 1위 류성수·탄닝, 중국의 벽

여자 복식 1위는 류성수·탄닝 조(중국)다. 여자 복식은 중국이 오래 강세였던 종목이라, 이 자리에 중국 조가 있는 건 거의 기본값처럼 느껴진다. 랠리가 길고 수비가 끈질겨서, 한 점을 위해 스무 번씩 셔틀콕을 넘기는 장면이 예사로 나온다.

이 종목을 보면 "언제 끝나냐"가 아니라 "이걸 어떻게 못 받지?" 쪽으로 감탄이 바뀐다. 규칙을 몰라도 랠리가 길어지면 몸이 저절로 앞으로 기운다. 새벽에 이불 뒤집어쓰고 보다가 나도 모르게 "받아!" 소리를 지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자 복식에서 초보가 제일 많이 하는 착각이 "저 둘 중 한 명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인데, 실제로는 앞뒤 자리 바꾸는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코트가 뻥 뚫린다. 그래서 랭킹 상위 조는 대부분 오래 호흡을 맞춘 팀이다. 이름을 외울 때 개인보다 조 단위로 외워지는 이유가 그거다.

 

 

5. 혼합 복식 1위 펑옌저·황둥핑, 새벽에 제일 재밌는 종목

혼합 복식 1위는 펑옌저·황둥핑 조(중국)다. 개인적으로 규칙 하나도 몰라도 제일 볼 만한 게 혼합 복식이다. 앞뒤 역할 분담이 눈에 확 보여서, 누가 네트 앞에서 툭툭 치고 누가 뒤에서 스매시를 꽂는지 대충 감이 온다.

혼합 복식은 전후 포메이션이 계속 도는데, 이걸 보면 무슨 회전문 같다. 라고 비유했다가, 회전문은 저렇게 안 빠르다는 걸 깨닫고 취소한다. 어쨌든 다섯 종목 중에 규칙 문외한이 가장 편하게 진입할 수 있는 게 혼합 복식이니, 배드민턴 새벽 중계 입문이면 여기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순위는 매주 바뀐다

정리하면 2026년 9월 기준 5개 종목 1위는 여자 단식 안세영, 남자 단식 조나탄 크리스티, 남자 복식 김원호·서승재, 여자 복식 류성수·탄닝, 혼합 복식 펑옌저·황둥핑이다. 한국 이름이 둘, 중국 이름이 둘, 인도네시아가 하나다. 이 순위는 대회가 끝날 때마다 갱신되니, 정확한 최신 값은 BWF 공식 세계랭킹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낫다.

종목별 순위 흐름을 몰아서 보고 싶으면 스포랭크에서 세계랭킹 한눈에 확인하기 정도로 접근하면 편하고, 새벽 중계 일정이 헷갈리면 스포랭크에서 이번 주 배드민턴 대회 일정 챙기기부터 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름 다섯 개만 외워도 새벽 배드민턴 중계가 갑자기 볼 만해진다는 게, 이 글의 유일한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