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5개 종목 규칙 — 새벽 아시안게임 중계에서 자주 막히는 순서

하루만보를 2026. 9. 27. 12:21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가을이면 새벽 중계 앞에서 같은 짓을 반복한다. 리모컨을 들고 앉아서 "저게 왜 점수야?"를 세 번쯤 중얼거리는 짓 말이다. 나는 규칙도 모르고 새벽 중계를 보던 시절부터 이 병이 있었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도 마찬가지라서, 보다가 제일 자주 막힐 것 같은 종목 규칙 다섯 개를 골랐다. 순위가 아니라 "몰라도 봤지만 알면 두 배 재밌는" 순서다. 아는 척용 정리라고 생각해도 된다. 물론 아는 척은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제일 먼저 틀린다.

 

 

5. 크리켓 T20 — 공 120개짜리 승부

크리켓 하면 이틀 사흘씩 하는 경기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아시안게임에서 보는 건 T20 방식이다. 한 팀이 20오버씩 던지고 치는 구조이고, 1오버는 공 6개라서 한 팀 공격은 최대 공 120개로 끝난다. 야구로 치면 9이닝 대신 "공 개수 제한이 있는 이닝 하나"를 두 번 하는 셈이다.

내 억지 비유를 더 밀어붙이면, 이건 편의점 도시락 뚜껑에 적힌 유통기한이다. 시간이 아니라 공 개수가 기한이라서, 타자는 오래 버티는 것보다 남은 공을 어떻게 쓰느냐를 계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후반에 갑자기 점수가 폭발하는데, 이게 규칙을 모르면 그냥 난장판처럼 보인다. 아니, 알아도 난장판이긴 하다.

보는 요령은 하나다. 화면 구석에 나오는 남은 공 개수와 목표 점수만 눈으로 따라가면 된다. 남은 공은 줄어드는데 필요한 점수가 그대로면 지금 타자가 뭘 노리는지 저절로 읽힌다. 규칙서를 통째로 외울 필요는 없고, 숫자 두 개만 보면 새벽 세 시에도 흐름이 잡힌다.

 

 

4. 세팍타크로 — 손은 죄다 반칙이라는 나라의 배구

세팍타크로는 발과 무릎, 가슴, 머리로만 공을 다루고 네트 너머로 넘기는 종목이다. 한 팀이 3명이고, 공을 상대 코트로 넘기기 전까지 세 번 안에 처리해야 한다. 손과 팔을 쓰면 실점이다. 배구 규칙에 "손 금지" 조항을 붙이면 대충 맞는다.

중계를 보다 보면 선수가 공중에서 뒤로 뒤집혀 공을 내리꽂는데, 그 순간 "저건 인간의 관절이 맞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규칙은 단순한데 기술이 너무 멀리 가 있는 종목이라, 점수 계산보다 몸을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나는 처음 봤을 때 리플레이만 열두 번 돌려봤다.

발로 하는 종목이라 다들 한 번쯤 하는 생각이 있다. 발로 하는 종목이니 축구처럼 발등으로 세게 차기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세 번의 터치를 세터, 받는 선수, 공격수가 나눠 맡는 조직 경기라서, 첫 터치가 흔들리면 뒤가 전부 무너진다. 팀워크가 곧 점수라는 뜻이다.

 

 

3. 스포츠클라이밍 스피드 — 벽 15미터, 코스는 늘 똑같다

스피드 클라이밍은 높이 15미터 벽을 누가 먼저 올라가 버튼을 치느냐로 가른다. 리드나 볼더링과 다르게 홀드 배치가 국제 규격으로 고정돼 있어서 선수들은 눈 감고도 올라갈 만큼 코스를 외운다. 두 명이 나란히 올라가는 토너먼트라 승부가 몇 초 안에 난다.

여기서 진짜 규칙은 출발 반칙이다. 신호보다 먼저 몸이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탈락이라, 세계 최고 기록을 가진 선수도 부정 출발 한 번에 집에 간다. 커피 한 잔 뽑는 시간에 경기가 끝나 있으니, 새벽에 졸면서 보다가는 승자를 놓친다. 눈을 뜨고 있어도 놓치지만.

독자 입장에서 보면 이 종목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큰 긴장을 준다. 토너먼트 한 판이 몇 초라서 출발선 앞 침묵이 길게 느껴지고, 그 침묵이 끝나는 순간 승부는 거의 결정 난다. 그래서 나는 출발 신호 전에 물 한 모금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

 

 

2. 배드민턴 — 21점, 그리고 30점에서 끝나는 듀스

배드민턴은 랠리포인트제라서 서브권과 상관없이 랠리를 이기면 1점이다. 한 게임은 21점이고, 3게임 중 2게임을 먼저 따면 이긴다. 20대 20이 되면 2점 차가 날 때까지 계속하는데, 그렇게 끝없이 갈 수는 없어서 29대 29에서 다음 점수를 낸 쪽이 30점으로 게임을 가져간다.

이 30점 상한을 모르면 29대 29 순간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관중석은 조용해지고 해설은 목소리가 올라가는데, 나는 왜 안 끝나는지 몰라서 괜히 시계만 봤다. 알고 보면 한 점이 곧 경기고, 그래서 그 30점째 셔틀콕이 제일 무섭다.

참고로 서브 규칙도 알아두면 좋다. 서브는 허리 아래에서 넣어야 하고, 점수가 짝수일 때는 오른쪽, 홀수일 때는 왼쪽에서 서브를 넣는다. 이 홀짝만 알아도 심판이 왜 위치를 바꾸라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나는 이걸 모르고 선수가 자리를 잘못 섰다고 혼자 분노한 적이 있다.

 

 

1. 양궁 리커브 — 70미터 세트제, 6점 먼저 잡기

리커브 양궁은 70미터 거리에서 쏜다. 예전처럼 합계 점수를 쌓는 방식이 아니라 세트제라서, 한 세트에서 화살 점수가 더 높은 쪽이 2점을 가져가고 같으면 1점씩 나눈다. 먼저 6점에 닿는 선수가 이기고, 5대 5로 끝나면 화살 한 발씩 쏘는 슛오프로 가른다.

이 방식이 무서운 건 앞 세트를 아무리 크게 이겨도 점수 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9점 세 발이 10점 한 발보다 못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중계에서 누가 앞서는지 헷갈리면 총점 대신 세트 점수만 보면 된다. 제일 쉬운 요령인데 나는 마지막 슛오프에서야 깨달았다.

슛오프에서는 과녁 중심에 더 가까운 화살이 이긴다. 두 화살이 같은 점수면 중심과의 거리를 재는데, 이때 화면에 확대된 과녁이 잡히고 심판이 자를 대는 장면이 나온다. 보는 사람은 숨을 참지만 결과는 몇 밀리미터 차이라, 이 종목의 진짜 승부는 마지막 한 발에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다섯 개를 다 읽었다면 이제 새벽 리모컨 앞에서 "저게 왜 점수야"는 두 번으로 줄어들 것이다. 세 번째부터는 규칙 탓이 아니라 졸음 탓이니 이불로 돌아가면 된다. 스포랭크(SportsRank)에서 종목별 순위를 보고 오면 응원할 선수가 더 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