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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로 정리하는 KBO 와일드카드, 이번엔 안 헷갈린다

하루만보를 2026. 9. 11. 05:41

라운드별 필요 승수 비교(이미지: 생성)

새벽 두 시에 KBO 중계를 틀어놓고 "4위가 왜 벌써 1승 먹고 시작하냐"고 혼자 화면에 대고 따진 적 있다. 규정도 모르고 보다가 해설위원 말만 듣고 대충 감으로 넘어갔던 기억. 이번엔 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란 걸 제대로 뜯어보기로 했다. 5분이면 끝난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딱 하나만 기억하자. 2026시즌 KBO 정규시즌은 10월 7일에 끝난다. 그 직후부터 순위표 3위 아래 팀들의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데, 이게 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다.

 

1. 4위와 5위부터 붙는다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은 정규시즌 4위와 5위의 맞대결이다. 1~3위는 이 단계를 통째로 건너뛴다. 억울하면 시즌 중에 3위 안에 들었어야지, 이 제도는 딱 거기까지만 봐준다.

9월 6일 기준으로 순위를 보면 감이 온다. 3위 LG 트윈스가 68승 53패 1무, 4위 KIA 타이거즈가 66승 52패 2무, 5위 두산 베어스가 62승 57패 4무였다. 4위와 5위 사이 승차가 넉넉하지 않은 시즌이면, 이 첫 단계부터 볼 게 많아진다.

 

2. 4위는 이미 1승 먹고 시작한다

여기가 다들 헷갈려 하는 지점이다. 정규시즌 성적이 낫다는 이유로 4위 팀에는 1승(무승부 포함) 어드밴티지가 붙는다. 쉽게 말해 5위는 시작부터 한 경기를 지고 들어가는 셈이다. 억지 비유를 하자면, 마라톤에서 4위는 이미 1km 앞에서 출발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4위는 한 경기만 이기거나 비겨도 그걸로 다음 라운드행이 확정된다. 5위 입장에서는 시리즈 두 경기를 전부 다 이겨야 겨우 동률을 넘어서는 구조다.

 

3. 최대 2경기, 지면 그걸로 끝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딱 두 경기까지만 치른다. 장소도 전부 4위 팀 홈구장이다. 5위는 원정만 두 번 뛰고 끝날 수도 있다는 뜻이니, 정규시즌 성적 차이가 이렇게 홈구장·어드밴티지 두 가지로 겹쳐서 따라온다.

2015년에 kt wiz가 1군에 합류하면서 10구단 체제가 되자 이 제도가 새로 생겼다. 그전까지는 4강 체제였다가, 팀이 늘면서 한 라운드가 추가된 셈이다.

 

4. 이기면 준플레이오프, 상대는 2위

와일드카드를 통과한 팀은 정규시즌 2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3선승제, 즉 먼저 3승을 채우는 쪽이 다음 라운드로 올라간다. 최대 5경기까지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업셋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24년에는 정규시즌 5위였던 kt wiz가 4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간 사례가 있다. 어드밴티지를 안고도 뒤집힌, 꽤 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5. 플레이오프도 같은 방식이다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이번엔 정규시즌 1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것도 똑같이 3선승제다. 여기까지 올라온 팀이면 이미 두 라운드를 연달아 뚫은 팀이라, 전력이 크게 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규시즌 1위 입장에서는 이 단계가 사실상 시즌 첫 매치업이다. 한 달 가까이 쉰 팀과, 두 라운드를 연달아 치르며 페이스가 오른 팀이 붙는 거라 감각 차이가 변수로 꼽히곤 한다.

 

6. 한국시리즈만 4선승제

마지막 단계인 한국시리즈만 유일하게 4선승제다. 최대 7경기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라운드라는 뜻이다. 여기까지 오면 규정 얘기는 끝나고, 그냥 야구를 보면 된다.

정리하면 와일드카드(2경기, 4위 어드밴티지) → 준플레이오프(3선승) → 플레이오프(3선승) → 한국시리즈(4선승) 순서다. 라운드가 올라갈수록 필요한 승수도 늘어나는 구조라고 기억해두면 헷갈릴 일이 없다.

 

예시로 대입해보면

말로만 설명하면 또 헷갈리니까 실제 숫자를 넣어보자. 9월 6일 기준 4위 KIA 타이거즈가 66승 52패 2무, 5위 두산 베어스가 62승 57패 4무였다. 승차로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는데, 여기에 어드밴티지 1승과 홈구장 이점까지 더하면 실제 체감 격차는 훨씬 크다. 두산 입장에서는 안방도 아닌 곳에서 두 경기를 전부 잡아야 하는 셈이다.

반대로 3위 LG 트윈스는 이 모든 단계를 구경만 하다가 준플레이오프에서 처음 등판한다. 순위표 위쪽 한 칸 차이가 이렇게 일정과 부담까지 갈라놓는다는 걸 숫자로 보면 확실히 이해가 간다.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나

10개 팀이 정규시즌을 다 치르고 나면 위쪽 세 팀 빼고는 순위 차이가 크지 않은 시즌이 자주 나온다. 4강 체제였던 예전 방식이면 3위와 4위 차이가 승차 반 경기여도 4위는 그대로 시즌이 끝났다. 와일드카드는 그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고 만든 완충 장치다.

대신 완전히 동등한 자격을 주지는 않는다. 1승 어드밴티지와 홈구장을 4위에 몰아준 게 그 균형점이다. 정규시즌 성적이 하루아침에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5위에게도 최소한의 기회는 열어두는 절충안인 셈이다. 이런 배경을 알고 보면 왜 4위한테만 유독 유리한 규정인지 납득이 간다.

 

다 하고 나면 — 스스로 확인하는 법

이 정도 정리했으면 스스로 테스트해보자. "4위와 5위 승차가 3경기면 어느 쪽이 유리한가"라는 질문에 바로 "4위, 그것도 상당히"라고 답할 수 있으면 이 글은 성공이다. 어드밴티지 1승에 홈구장까지 더해지니 격차가 크지 않아도 4위가 훨씬 유리한 구조라는 걸 이제는 안다.

정규시즌 종료일인 10월 7일이 지나면 실제 대진표가 뜬다. 그때 이 글을 다시 펼쳐서 대입해보면 규정이 몸에 붙는다.

새벽 두 시에 화면에 대고 따지던 나는 이제 없다. 적어도 와일드카드 규정만큼은.